그동안 안녕하셨는지 건강은 어떠신지, 누구라도 사람을 만나면 환한 미소로 안부를 묻는다. 우리는 동방예의지국의 백성이니 헤어질 때도 그냥 돌아서는 법이 없다. 차 한 잔 하자거나 밥 한번 먹자거나 ‘다음’을 약속한다.
중국인은 설날 아침을 먹고 나오다 이웃을 만나면 “내년 설엔 저희 집에서 식사하시지요.” 초대한다는 이야기를 『중국인의 상술』이라는 책에서 읽고 대륙의 풍모에 감탄했었다.
그런데 우리가 말하는 ‘다음’은 언제인가. 어쩌다 내일 혹은 다음 주에라도 우연히 마주칠 수도 있겠지만, 정기적인 모임이 약속되어 있지 않은 한 ‘다음’은 헤아릴 수 없는 무한의 시간일 것이다. 어쩌면 의례히 주고받은 그 ‘다음’은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끝내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뿐이랴! 무엇인가 간절히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이 다음에 아이가 크면 해야지, 경제적으로 좀 더 여유가 생기면 해야지 하고 미루어 둔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렇게 세월이 흘러가는 동안에 몸은 속절없이 시들어 버리고 “이 나이에 어떻게……” 하면서 그 푸르던 꿈을 포기해 버리고 후회하는 것이 지나온 우리네 삶이 아니었던가.
세상에 소중한 세 가지 금은 황금, 소금, 지금이라 한다. 11월, 또 한 해가 속절없이 저물고 있지만, `내 나이가 어때서` 하는 유행가 가사처럼 지금, 오늘 이 순간이 꿈꾸기에, 새로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 아닐까?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든 마음에 둔 일은 ‘다음’으로 ‘내년’으로 미루지 말고 바로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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