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5월이 지나가고 여름의 시작인 6월이 성큼 다가왔다. 인체의 생체시계는 계절에 따라 변화되는데, 여름철의 생체시계를 알아 건강하게 여름을 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옛말에 ‘두무냉통이요 복무열통(頭無冷痛 腹無熱痛)’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머리는 차게해서 아픈 적이 없고 배는 뜨겁게 해줘서 아픈 적이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머리는 차게 해주면 좋고 배는 뜨겁게 해주면 좋다는 것이다.
여름철이 되면 물을 끓여서 마시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이는 수인성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서 나온 말이다. 그러나 한방적으로 봐서는 수인성 전염병 때문만은 아니다.
여름철에 우물물은 겨울철의 우물물보다 차갑다. 여름철 동굴 속은 냉방시설을 한 것도 아닌데 시원하다. 이것은 자연의 법칙이다.
우리 인체도 이러한 자연의 법칙을 따라, 여름이 되면 속이 차진다고 의서에 나와 있다. 속이 차진다는 것은 위와 장의 운동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우리 인체는 항상 36.5도라는 체온을 유지해야하는데 여름이 되면 외기의 온도가 올라가므로 우리 인체의 내부 온도도 금방 36.5도를 넘게 된다.
뜀박질을 하거나 노동을 하지 않아도, 여름에는 내부장기의 움직임만으로 금방 체온이 상승하게 되기 때문에, 인체는 체온을 낮추기 위해 먼저 땀구멍을 열어 땀을 흘려 증발열을 이용한 체온의 하강을 시도한다. 여름에 땀을 많이 나는 것은 체온을 낮추기 위한 인체의 노력인 것이다. 그 다음으로 위와 장의 운동을 억제하여 체온의 상승을 막는다.
이것이 바로 배를 따뜻하게 해줘야하는 이유이다. 위와 장의 움직임이 억제되므로 여름철이 되면 식욕이 떨어지고 소화가 잘 안되며 설사를 잘 하게 된다.
여름철에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설사를 잘하나, 겨울철에는 아이스크림을 먹어도 설사를 잘 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덥다고 찬물이나 빙과류 또는 찬 성질의 음식을 많이 먹게 되면 그렇지 않아도 그 기능이 약해진 위와 장의 기능이 더 약해지게 되서 병이 생기게 된다.
음식에도 성질이 있어, 뜨거운 성질을 가진 음식이 있고 차거운 성질을 가진 음식도 있다. 마늘의 성질이 뜨겁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 것이다. 고기는, 가장 뜨거운 것이 염소고기이고, 다음이 개고기와 닭고기이며, 한열의 중간이 되는 것이 소고기이고, 돼지고기는 찬성질을 가지고 있다.
옛말에 ‘5,6월에 돼지고기는 잘 먹어봐야 본전이다’라는 말이 있다. 위와 장이 차져 있는데 찬 성질의 돼지고기를 먹어 설사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무더운 여름에 삼복(三伏)날을 정하고 삼계탕이나 보신탕 등의 뜨거운 음식을 먹게 하는 것도 바로 약해진 위와 장의 기능을 회복시켜 잃어버린 입맛을 돌아오게 하고 소화기능을 촉진시키며 여름철 땀으로 인해 허탈에 빠진 인체를 보강하기 위한 우리 선조들의 지혜인 것이다.
우리가 잘 쓰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는 말은, 더운데 뜨거운 사우나에 들어가 땀을 뺄 때 쓰는 말이 아니라, 더위로 인해 속이 차져있으므로 뜨거운 음식으로 속을 덥혀주라는 뜻이다.
날씨가 덥고 갈증이 날수록 뜨거운 물이나 뜨거운 성질의 음식을 자주 먹어 위장을 덥혀주는 것이 여름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제일 첫걸음이다.
수렴작용이 있는 오미자차나 매실차, 비위장을 따뜻하게 보해주는 인삼차등을 마셔줌으로써 땀으로 인해 손실된 수액을 보충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인삼만 달여 마실 경우 부작용이 있는 분은 밤을 같이 넣고 끓여주면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여름철에 이유없이 구토를 하거나 설사를 하게 되고 무기력해지는 증상이 나타난 경우에는, 지체없이 가까운 한의원을 방문하여 조기에 치료를 받아야 한다.
여름은 가을에 수확을 하기 위해 무성하게 성장을 해야 하는 시기이다. 서사(暑邪)로 인한 질병을 방치할 경우, 인체의 진액을 손상시켜 가을이 되어도 좋은 수확을 걷을 수가 없다.
(자료출처 : 부천시 건강소식지 17호)